누군가 말했다. 봄은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하는 계절이라고. 새로운 생명이 움트면서 겨울을 지낸 생명들이 숨을 죽인다. 차가웠던 바람이 온기를 품기 시작하며 새로운 생명을 가져오기 마련이니. 그리고 눈 앞의 당신은…. 떠날 준비를 마친 여행자와 같이 보인다. 때를 안다는 듯이 차례를 기다리다 아무런 흔적 없이 떠날 것만 같은 이.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띄웠기에 더욱이나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이. 당신은 왜 스스로를 그리 정의하는 걸까. 이 곳에 남아 당신을 기억할 사람이 있는데. “그리고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이 남아있으니, 빈자리가 느껴지는 건 아주 잠시일 겁니다.” 그렇지만요, 선생님께서 떠나가고 남은 빈자리는 당신의 것이라 누구도 채우지 못할 텐데요. 그리 속삭이는 목소리는 고요하여 되..
지독한 풀 내음과, 벌레 울음소리, 서늘한 밤 온기. 전부 익숙한 것임에도 유독 오늘따라 짙은 느낌이 드는 까닭은 무엇인가. 그 탓에 자신에게 오는 말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. 그저 소천의 등 뒤로 떠 있는 커다란 달이 눈에 걸려 달의 아름다움에 홀린 듯 바라보고 있기만 하다, 시원한 바람을 타고 강의 물 냄새가 코끝에 스쳤다. 유독 강 주위를 맴돌던 그에게서 종종 맡을 수 있던 향이었다. 오랫동안 강 주변을 거닐며 잠시 옷에 배어버린 향. 소천이 없었더라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을 강의 물 냄새는 어느 한 사람을 연상시키는 매개가 되었기에 눈앞의 당신에게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들어 겨우 한 글자, 어떠한 문장도 되지 않는 한 음절만을 내뱉는다. “아” 하고. 자신은 빈말로라도 돌아오겠다는 이야기를 듣..